똑똑한 위장 경보 시스템 (6) 독소들이 몸으로 공급되지 못하도록 알리는 위장
최서형 박사(대한담적한의학회 회장)
A와 B가 농약이 들어간 음식을 먹었다고 가정하자. 같은 음식을 먹었는데도 두 사람의 증상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A는 음식을 먹고 복통과 구토를 하면서 다 토해냈고, B는 큰 증상 없이 잘 견뎠다. 어느 쪽이 더 건강한 반응일까? 농약까지 소화시킨 B가 더 건강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두말할 것도 없이 A는 안전하지만 B는 생명을 잃게 된다. 몸을 해치는 독성 물질이 들어 왔는데도 이를 감지하는 신경이 모르고 있다면 큰일 날 일인 것이다.
위장에 유해 물질이 들어올 때 위장 신경계가 어떻게 대처해나가는지를 살펴보면 매우 흥미롭다. 해로운 물질에 맞서 몸을 보호하기 위해 신경계는 뇌와 합작하여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위장의 경보 시스템은 치밀한 채널을 갖추고 있다. 그 과정은 아래 그림과 같다.
이처럼 위장 경보 시스템은 잘못된 식사나 유해 물질 유입 때문에 생긴 독소들이 몸으로 파급되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몸을 지키기 위해 독소가 들어오면 각종 증상을 만들어낸다. 체하고, 토하고, 아프고, 설사하는 등의 증상은 몸을 지키기 위한 경고, 또는 보호 신호인 것이다. 위장으로 과도한 음식물 들어왔는지, 독소가 함유되어 있는지, 너무 급하게 먹어 소화 안 되는 고형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지 등을 판단하여 잘못된 식사에 의해 파생된 독소들이 몸으로 공급되지 않도록 경비를 선다.
이제 경보 시스템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더부룩하다든지 통증이나 구토, 설사 등과 같은 위장 증상이 나타나면 이러한 증상은 우리 몸을 위해 매우 중요한 증상이고, 몸이 위험하다고 위장이 말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거기까지 먹으라는 것이고, 그 음식은 위험하니 조심하라고 위장의 주인인 우리에게 알리는 것이다.
그런데 급식, 폭식, 과식, 독소가 함유된 음식의 섭취 등으로 위장 내에 독소들이 내장 신경에 쌓이면서 신경이 변성되면 위장의 경보 장치가 고장이 난다. 일단 위장의 내장 신경이 독성 음식을 통해 변성되면 이때부터는 음식의 좋고 나쁨을 거의 판단하지 못하게 되고, 독성이 포함된 음식물에 대해서도 무조건적인 OK 사인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