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신경성 위장염 (8) 위 내시경 검사만으로는 알 수 없어
최서형 박사(대한담적한의학회 회장)
주요 국제위장병학 학술대회인 ‘2006 소화기병 주간(DDW)’에 새로운 데이터가 제출되었다. 전 세계 인구의 4명 중 1명이 기능성 위장 장애로 고통 받고 있다는 역학조사 결과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전 인구의 20~40%가 위장 장애를 겪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는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그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소화 불량증이 있을 때 그 원인이 기능성 위장 장애일 확률은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80%로 추산된다. 이런 결과를 통해 기능성 위장 장애로 인한 복부 경련, 통증 및 불편이 확산되고 그 심각성이 과소평가되어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또한 기능성 소화 불량증의 기준표인 ‘로마 기준 III’ 분류에 의거한 ‘3차 의료기관의 기능성 위장질환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자 476명 중 90명만이 기질적인 원인을 가지고 있었으며, 386명은 내시경에서 기질적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소화가 되지 않아 내시경 검사를 하면 10명 중 7~8명은 원인을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다. 이렇듯 내시경 검사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 여러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키 162cm, 몸무게 38kg, 한눈에도 병색이 깊어 보이는 50대 후반의 여성이 찾아왔다. 그녀는 최근 2~3년 사이에 몸무게가 15kg 이상 빠졌다고 했다. 병원을 찾았을 때는 물만 먹어도 목에 걸려 곧바로 토하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그녀는 식사가 불가능한 이유로 자주 대학병원에 입원하여 식사대용의 영양제를 맞으며 삶을 연명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암에 걸렸을 것이라는 생각에 위장과 관련한 검사는 모두 받아 보았는데 그때마다 병원에선 아무 이상이 없다는 판정만 받았다고 했다. 전혀 치료에 대한 방책을 세울 수도 없고, 처방 받은 약에도 효험을 보지 못한 환자는 심한 불안과 고통 속에 있었다. 항상 업무에 분주했던 환자는 제때에 식사를 하지 못했고, 틈이 날 때 마다 물에 밥을 말아 급히 넘기는 식사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진료를 시작하며 복진을 해본 결과, 복부 전체가 돌처럼 단단히 굳어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 굳어진 부위는 바로 위와 장이었다. 그래서 위장 운동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음식을 아래로 내려 보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니 내시경으로는 위장 조직이 굳어진 상황을 알 수가 없었고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