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위장병을 찾아낸 우리 연구진은 위장 점막 손상으로 생기는 위염이나 위궤양 같은 점막병과는 다른 이 병에 알맞은 병명을 붙이기로 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담적증후군’이라는 한의학적인 이름을 붙였다. 미들존이 음식 노폐물이나 독소에 오염되어 조직이 굳고 붓는 형태의 위장병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노폐물이나 독소를 의미하는 담(痰)과 붓고 굳어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적(積)을 합성하여 담적증후군이라고 명명한 것이다.
그런데 ‘담적’이라는 명칭은 전혀 새로운 용어는 아니며 한의학 고서에서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담적증후군이 위와 장 외벽에 발생되는 병임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동의보감》에서는 담적을 오적(五積) 중의 하나로 소개하면서 담으로 인한 적병(근종이나 종양 질환)이라고 하였고, 중국 청나라 때의 《의편(醫編)》과 명나라 때의 《증인맥치(症因脈治)》라는 의서에서도 담적증후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위장의 외벽이 어떻게 손상될 수 있냐며 간혹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다. 따라서 위장 점막의 문이 깨지면서 다양한 전신 질환을 유발한 다는 이론을 소개하겠다. 장 누수 증후군이 바로 그것인데, 장 점막의 치밀 결합이 손상되면서 흡수되어서는 안 되는 세균, 진균, 기생충, 소화되지 않은 거대 단백분자, 미생물에 의해 생산된 내독소 등이 손상된 틈을 통해 체내로 흡수되고 이어서 면역 체계에 혼란이 일어나 여러 전신 질환에 영향을 준다는 이론이다.
장 누수 증후군은 점막 문이 깨지면서 유해물질이 외벽으로 투과 된다는 점에서는 담적증후군과 일맥상통하지만 몇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먼저 장 누수 증후군은 주로 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다룬 반면에 담적증후군은 식도, 위, 소장, 대장 모든 소화기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또 장 누수 증후군은 장 미들존에서 발생하는 장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이 전신 문제 위주로 다루었고, 담적증후군은 전신 문제뿐만 아니라 위와 장 미들존 손상으로 인한 위와 장 자체의 질병에 대해서도 상세한 이론을 제시하였다.
간혹 담적을 식적(食積)과 혼동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식적은 음식에 체한 상태로서 주로 위장의 윗부분에서 발생한다. 한의학에서는 음식을 많이 먹거나 급히 먹어 체하면 식적이라 하고, 간단한 시침이나 약물 치료로 증상을 없앨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식적이 제거되지 않고 남아 있으면 소화되지 않은 음식 찌꺼기에 세균이 번식하면서 가래 같은 걸쭉한 오염물질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담음(痰飮)이라고 한다. 이 담음이 위장 조직과 엉기면 단단한 조직을 형성하는데 이것이 바로 담적이다. 그래서 담적은 식적에 비해 훨씬 진행된 만성병이며, 위장뿐 아니라 몸 전체에 증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더 악화되면 결국 암으로 진행되어 버린다.
이제부터는 담적증후군으로 인해 미들존이 손상되는 모습을 설명하겠다.